“야...근데 살살 달리는 데 왜 유온이 올라가?”
==웅? 그래도 정상 범위일텐데?==
“정상은 정상이지만 화살표 바로 밑까지 왔어...좀 쉬어야 겠다”
==쉬지마라==
“뭔 소리야...터보 차의 숙명은 온도와의 싸움인데...
한 여름은 지났어도 아직 덥다. 조심하자...쉬자”
==쉬지마라...이 정도는 괘안타...달리자...==
“터보다 그래도...”
==난 다른 터보가 아니야...폴쉐 공랭식 터보야...달리자==
“쉬자”
==달리자==
“쉬자”
==달리자==
“쉬자”
==달리자==
“쉬자”
==달리자==
“쉬자”
==달리자==
“쉬자”
==달리자==
“쉬자”
==달리자==
“쉬자”
==달리자==
“웅? 모야? 쉬고 있으면 온도가 내려가야지...아예 정차를 하자”
==하지마라==
“넌 가만히 있어. 좀 쉬다 달리자...”
==지금 달리자...==
“웅? 왜 유온이 안 떨어져?”
==달려라...달려라...==
“... ...”
==내가 폴쉐다. 스포츠카의 대명사다. 거디다 불 붙고 싶은 터빈이 있다...
달려라...달리자...날 믿어봐...==
“그래볼까..."
==어때?==
“... ...”
==왜 말이 없어...==
“유온이 내려간다...아주 쑤욱하고 내려간다...
달리는 게 숙명인 스포츠카...그 맛을 알 것 같다”
==달리라고...달리라고...
난 달리라고 만들어진 기계이고, 그 중에서도 명색이 스포츠카고,
그 중에서도 하이엔드야==
“... ...”
==달리라고 그랬잖아...
괜히 폼 잡고 차 막히는 데 가서 설설 다니지마...
폴쉐 타고 싶다고, 출퇴근 용으로 나 사려면, 참아...욕 먹어...
가다 서다 가다 서다...그러지마...내 미션 바보 돼...
매캐한 매연내 나는 곳에 날 던지지마...나 공랭식이야...
차 아낀다고 안 밟지마...
난 폼으로 사는 놈이 아냐...
폼으로 살려면, 벤츠 사던지...돈 모아서 슈퍼카 사...
난 밟으면 튀어나가는 운명을 타고 난 놈이야...
나 공랭식이야...
나 천하의 폴쉐 가문에서도 제일 큰 장자인 터보야...
난 사람들 시선 의식하면서 멋으로 타는 주인 싫다...
한 달 동안 아껴서 안 탄다해도...
시원하고 맑은 공기를 마음껏 내 허파로 들여보내 주는 길이 있고
그 길을 마음껏 달리게 해준다면
주인님을 용서한다...==
“허허...달려라...달려라...
처음엔 귀족급이라 살살 천천히 밟아야 되는 줄 알았는데...
역시 스포츠카...밟아야 제 맛이지.
더군다나 공랭식...
유온이 올라간다고 겁나서 바로 쉐워두고 본넷 여는 수냉식이 아니지...
달리면 달릴수록
엄청난 속도에 걸 맞는 바람이 들어오지...
찬 바람을 먹고 싶은 욕심이 아니라...
찬 바람을 먹어야 살 수 있는 공랭식 폴쉐 터보지...
달릴 수 밖에...
달려야 사는 엔진인데...
안 그러면 오히려 더 유온이 올라가는데...
달려라...달려...
폼으로 달리는 것이 아니다...
무작정 달려라...
살살 달릴 것 같으면, 아예 타지마라...
1년에 단 한 번 타더라도...나를 좀 달리게 해 줘라...
사람들 앞에서 달리는 것이 아니라,
멋진 풍경과 차가운 바름을 쐬며 달려라...
그래야 내 엔진이 차가워진다...
그래야 더 잘 달린다...
나의 열정을 식히려면...
세워두지 말고...
달려라...
가다서다 말고...
뻥 뚫리게...마음 껏...
멋있는 와인딩 길이 있다면,
그 길을 더욱 빛나게 해주마...
나의 뜨거운 엔진을 식히려면...
달... 려... 라...
나는 내 몸의 구조 안 달리면 안 되게끔 만들어 놓았다.
운전자가 가지는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게끔 만들어 놓았다...
이거구나?”
==이제야 아니 바부야~==
“미안타...”
==그런데 너 긴장했냐? 왜 두 손으로 꽉 잡고 운전하냐? 내 핸들 아프겠다
기어봉은 왜 그렇게 쥐어? 내가 무슨 지티알이냐? 그러다 기어봉 뿌러지겠다==
“야~ 차가 좀 흔들려? 좀 돌아? 핸들이 부드럽기나 해? 어떡해 두 손으로 안 잡아?”
==어허...이런 바보가...
내가 주의 집중을 하라했지, 긴장을 하라 했냐?
힘 주어 잡는다고 핸들이 잘 돌아가냐?
너 카트 탄대매? 그러면 좀 알거 아냐?
카트 처음 타면 온 몸이 쑤시고 팔이 다 아프지...
근데 그러면 안 되자나...부드럽게 잡아야지.
몸에 힘이 들어가서야 어찌 부드러운 운전을 하냐?
나 같은 애 일수록 몸에 힘과 긴장을 풀어야지==
“... ...”
==긴장 풀래니까~니 스타일 대로 해~==
“맞다...그 말이 맞다.
긴장은 풀고,
집중은 하고,
힘은 주지 말되,
자세는 잡고...”
==그렇지==
“내 스타일대로...
핸들을 잡을 왼 팔이 아주 약간 구부러질 정도로 시트를 맞추자...
11시 방향에 핸들을 잡고,
왼손은 계란 쥐듯이 가볍게 쥐자,
꽉 쥐지 말고, 손가락은 여유가 있을 정도로 약간 벌려두고,
기어봉에 가 있는 오른 손은 손바닥으로 기어봉을 살짝 누르고,
오른 손가락들은 다 펴면서 부드럽게 내리자,
양 발도 힘을 풀고,
전방 시선도 여유롭게 바라보자,
앞 만보다가 게이지 못 본다,
어깨 힘 빼고,
담배도 피면서, 없으면 뒷 좌석 담배도 꺼내고,
수납함 씨디도 바꾸고,
간다...”
==어때?==
“오호...바로 이건데...운전이 훨씬 쉬워~
긴장과 힘은 풀고, 집중은 하고...”
==그렇지~ 니가 편해야 내가 편하지~==
“그런데 니 모양은 참 신기해”
==뭐가?==
“스포츠카 중에서 너처럼 못 생긴 차가 있을까?
다들 미끈하게 빠졌는데, 넌 이상한 개구리 모양으로 생겼자나.
지금은 니가 명차인지 아니까, 이뻐보이지...
모르는 사람보고 이쁘냐? 하면 다들 아니다 할 걸...호호호”
==생긴거 갖구 말 할래?==
“아니...난 넘 이뻐보여서...차를 모르는 사람들한테도 이뻐 보일 필요 없지...
널 좋아하는 사람들한텐, 여기서 조그마한 변화가 있더라도 난리나자나...그게 카리스마야~”
==그렇지==
“그리고 더욱 기특한 것은, 어떻게 이런 수치가 나왔을까...할 정도의 공기저항계수지...
아마0.3을 조금 넘을거야.
페라리, 람보등이 0.3이 조금 안 되는 거와 비교하면 거의 차이가 없지.
그런데 그런 차들은 그냥 봐도 저항이 적을 것 같은 데...넌 이상하게 튀어나온데가 많기도 하지
만...참 잘 빠졌어~”
==코카콜라 회사에서 콜라를 처음 발명하고는 ‘병’ 모양을 공모했는데,
작게 많이 팔아야 하니까 다들 작은 병으로 이쁘장하게 만들어 왔는데,
어느 청년이 무지 큰 유리병을 떡 하니 들고 왔길래,
회사에서 우리는 이런 큰 병에 담아 팔면 남는 게 없어 안 된다...했더니,
한 번 담아보시고 얘기하죠...
우잉? 이렇게 큰 병이 이렇게 작게 들어가? 했댄다==
“맞어. 유리병 콜라보다ㅡ 아주 작은 PET병이 훨씬 많이 들어가지.
그게 병 두께도 있지만, 옆 라인의 절묘한 공간 차지 때문에 그렇지.
너의 이 우왁스러운 모습에 엄청 낮은 공기 저항 계수가 우연이 아니었겠지...
이런 스타일로 만들면서 여러 변수를 고려하고,
다시 만들고, 여기 저기 깍고, 다시 갖다 붙이고, 달려 보고...
얼마나 고생했을까...
누구도 못 해낼 것 같은 폴쉐 가문의 대단한 디자인이다”
==그러니 빨리 달리지~ 밟으라니까...
난 달리기 위해 태어난 스포츠카 이다...
그 중에서 천하의 폴쉐이다~==
출처 : 카렌 (car & 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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