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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자동차는 영혼이 있는 기계이다 (7) : PORSCHE 911 - 964 Turbo
    자동차 2005. 3. 16. 17:44
    “내가 이 차를 갖고 있다면...난 혼자만 탈 거야”

    ==이쁜 애인이 있다면?==

    “흠...야박할 진 모르지만, 차를, 너를 잘 모르는 여자라면...

    안 태운다...다른 거 태우면 되지”

    ==왜 혼자 타는 차냐?==

    “호호호...네가 자주 말 하는, 네 몸의 구조로 운전자의 선택을 좁게 만는대매...

    이건 운전석이 열리면 실내등이 들어와.

    근데, 조수석 열면...불 안 들어와...

    혼자 타라 이거야...옆에 누구 태울 수 있을 진 모르지만,

    알아서 기어 들어오라 이거야...어두운 밤에도 난 몰라라 이거야...

    대신 주인님한테는 환하게 비쳐주지...멋있어...

    (혹시 실내등 망가졌나? 봤는데...안 그렇던데? 호호호)”

    ==그런 걸로 여자를 안 태워?==

    “여자들이 차를 잘 모르지...

    그런데 처음 너를 타면, 우리 조카 같은 반응이 나올거야.

    어...뭐 이래? 이게 뭐야? 이게 그렇게 비싼 차야? 잘 나가면 뭐해?

    왜 이렇게 시끄러워? 승차감이 왜 이래? 에어컨하고 씨디 밖에 없네?

    잘 못 산거 아냐? 오디오는 또 뭐야? 뒤에는 사람이 아니라 큰 가방도 못 싣겠네...







    나는 나의 훌륭한 차를...

    일부러 이렇게 만들어 놓은 차를...

    고작 컵 홀더 하나 들어갔다고 데모하는 매니아들이 가지는 차를...

    하나하나 따지면 이상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 들이 모여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는 이 차를...

    아까워서 타지는 못 하고, 가만히 한 참 보다가 걸레로 손이 다 더러워지게 만져주고 들어가는

    이 차를...

    코딱지 만한 휠의 상처도 내 몸에 난 흉 같이 마음이 아픈 차를...

    뭐 하나 더 해주면 차가 좋아할까, 생각만 나게 하는 차를...

    내 몸이 홀딱 젖을지언정 비 한 방울 안 맞히는 차를...

    다른 차들한텐 미안하지만, 주차 구획 2개를 잡아 먹게끔 자리 잡아주는 차를...

    돈 더 준다는 사람보다, 차를 아낄 수 있는지 물어보고, 확인이 돼야 덜 받더라도 넘길려는 차

    를...

    팔고 나서도 가끔 생각이 나서...지금도 잘 있지요?...라고 물어보게끔 만드는 차를...

    박스터나 너나, 같은 폴쉐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미안해지는 차를...







    이 모양을 바꾸고 싶어도, 내부 편의 장치를 만들고 싶어도,

    이렇게 안 만들면 차 안 사겠다고 공장 앞에서 데모를 하는 탓에

    어쩔 수 없는 사연을 모르는 사람에게...

    불편하고,

    화려하지 않고,

    이쁘장 하지 않다고...자연스럽게 말 할 것 같은 사람에게...는



    절대 보여주지도, 태워주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말을 듣게끔 만든다는 것은 너를 거느리는 주군의 자세가 아니다.

    주군은 주군답게 행동을 해야 한다.


    네가 나를 위해 달린다면...

    나는 너에게 최상의 조건을 맞추어주고...

    무지에서 비롯되는 아주 사소한 험담도 내가 막아줄 것이다.


    내가 너를 보호하마.

    내가 너를 감싸주마.

    이게 주군이다”


    ==우리 주인님도 그런 것 같애==

    “어제 만나서 얘기 나눠보니, 너의 주군의 자격을 충분히 가지신 분이다.

    잘 모셔라. 혹시나 위험한 상황이 오거든 니 몸을 태워서라도 주군을 지켜라”

    ==주군...==


    “이 차는 당연한 얘기지만, 돈이 있는 사람들이 타야지”

    ==왜?==

    “여행을 간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짐을 어디다 싫어?”

    ==앞 트렁크 있자나. 뒷 좌석도 있고==

    “야~ 뒷 좌석에 울 큰 조카 타니까, 몸을 반 접어야 되더라.

    그리고 앞 트렁크에 실으라구?

    살살가는 차도 아니고, 가속이 울컥 이루어지는 차 앞 대가리에...?

    공랭식의 멋진 엔진음과 배기음을 들으며 바람을 맞으며 달려야 할 차에...

    짐 굴러다니는 소리와 진동을 앞 대가리에서 느끼란 말이냐?

    안 될 말이지...

    짐 싣지마...가방 하나 정도는 봐줄께...

    옆 자리에 사람 태우지 말고 거기다 짐 하나만 내려놔.

    뒷 자리에도 싣지마...

    뒤에서 오는 공랭식 엔진음이 그대로 오지 않고 방음이 되서 오면 어떡해...

    안 돼. 싣지마...

    여행가려면...?

    거기 가서 사서 써. 사서 쓰면 되자나...

    글구 돌아올 때 누구 주던지 다 버리고 와...

    이 차에 뭐 싣고 다닐려고 생각도 마...”

    ==맞는 말인데 오호~==

    “그러니 돈 있는 사람들이 타야 되는 차야”

    ==야...주인님이 바빠서, 간만에 재밌었는데...이제 나 주인님한테 돌아갈 시간이다==

    “그렇네...아쉽다...좋았구”

    ==짠하네...==

    “내가 광 내줄께.

    근데 네 검정 광택이 너무 예민해서 손가락으로 쓰윽 문지르면

    마치 스크래치 같이 보여. 처음엔 얼마나 놀랬는지...이거 광내느라 니 주인도 힘 들겠다 ”

    ==내가 좀 까다로워==

    “이야 광 내니 삐까뻔쩍하다~ 이쁘다...이뻐...주인님한테 잘 가서 사랑 많이 받아라~

    2박 3일 동안...애 썼다...욕 봤다...”

    ==나 타고 다니느라 니가 더 애썼다.

    주인님 듣기 좋으라고 좋은 말 해주느라 글 썼겠지만...

    사실 많이 불편했지~

    엄청 빡빡한 핸들에,

    무거운 몸짓에,

    이상하게 힘든 페달들에,

    유온 걱정에,

    덜덜 거리는 써스에,

    힘이 자연스레 들어가는 환경에,

    그래도 폴쉐라고 참고 다니느라 애썼다==

    “맞는 말이야. 다 맞는 말인데...

    앞이랑 뒷 말은 틀렸다.

    폴쉐라고 참고 다닌 게 아니라,

    말 안하는 폴쉐를 보니까,

    그 이유를 알아야 했고,

    그러기에는 내가 좀 더 친해져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었고,

    그 다음 부터는 참는 게 아니라 즐기는 거 였다.



    니 말마따나 많이 불편하고 힘들지...

    괜히 폼 잡고 그래도 이게 좋아...이러는 게 아니라...

    알고 타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타면,

    경운기도 멋있는 거야”

    ==... ...==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런 것들이 다 모이면 완벽한 밸런스가 되지.

    만들기 힘든 그 밸런스를 순정 상태부터 잘 다듬어져 왔는데,

    내가 고맙지”

    ==... ...==

    “무거운 핸들을 부드럽게 움직여서 와인딩을 해...

    코너를 돌고 나서는 바로 터보를 터뜨려...

    슈아악~ 하면서 어김없이 튀어나가...

    200이 넘어도, 250이 넘어도 끊임 없이 뒤에서 밀어 붙여줘...

    공랭식 엔진은 더욱 요동치며 후와후와 거칠게 숨을 내 쉬고 그 입김이 내 귀를 때린다...

    처음보다 더 심한 진동이 온 몸을 타고 흘러...

    도로위의 작은 자갈이 몇 개인지 가르쳐 주는 것 같애...

    노면을 타는 정도가 아니라, 도로 자체를 고대로 그려...

    뒷 엉덩이가 들썩들썩...차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듯 해...

    그러면서 기막힌 곡선으로 와인딩을 해...지나온 자국을 보면 더 이뻐...



    불편하냐고? 아니지~

    차인 너와 대화를 하면서

    동시에, 모든 길들과도 대화를 하는 느낌이야.


    야~ 이 길은 이러니까 저렇게 달려...아마 다음 길은 더 심할 거야...

    이 정도 되는 진동이면, 아마 잘 뻗어 있을 걸...내 몸을 밟고 함 달려봐라...


    심심할 것 같으니까, 니가 오케스트라 보다 박력있는 공랭식 엔진음을 들려줘

    밟으면 밟을 수록 더 멋진 소리가 들려.

    나를 부딪히는 이 바람이 차 지붕을 타고 넘어서 너의 엔진과 냉각팬에

    폭포처럼 그대로 때려붓겠구나...시원하겠는 걸...더 달려도 되냐?



    그럼~함 달리자니까~

    그냥 세워두지 말고 달려보자~

    저 깊은 와인딩을 한 번 멋들어지게 휘감아보자~

    혹시나 길이 위험하다면...

    눈에 확 띄는 어떠한 디지털 게이지보다도 확실하게,

    내가 몸으로 너에게 직접~ 알려주마~

    모으로 느끼게 해주마~

    달려보자~








    내가 지나오고, 지나갈 길들과...

    나를 올려 태우고 달리자 으르렁 대는 너와...

    함께 한 2박 3일이 참 의미 있었다.

    멋있었어...

    참으로 멋있었어...



    폼으로만 남아있는 박제가 아니라...

    한 밤에 번뜩이는 눈빛과,

    그 눈빛에 걸맞는 근육을 지닌,

    방금 잡아 온 살기 있는 흑표범이었어"



    ==고맙소. 빈 소리가 아닌 듯 하여 고맙소.

    나 주인님한테 간다~ 주인님이 네가 몰래 탔다는 것도 아마 용서해 주실거다.

    내가 잘 말해줄께~==

    “고맙소...

    잘 가소...”

    ==... ...==

    “... ...”




    "나 한테 맞는 차가 있고, 어울리지 않는 차가 있다.

    내가 잘 모는 차가 있고, 부담스러운 차도 있다...

    하지만, 차는 영혼이 있는 기계이다...

    처음에는 면박을 당할 지언정,

    내가 끊임없이 말을 걸고, 노력하고, 붙임성 있게 다가가면,

    언젠가는 답을 하는...

    차는 영혼이 있는 기계이다.


    근 12시간 만에 답을 했다...

    정말로 답이 내 귀에 들린다... "
















    피에스 : 이 차의 차주는 이 차를 “와인 같은 차”라 했다.

    나도 처음에는 그 의미를 잘 알지 못 했고...

    한참을 지나서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아마 이 글 전부 다 읽으신 분들은 굳이 부연설명을 안 해도,

    그 뉘앙스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서양속담에 "와인과 깃발과 친구는 오래 될 수록 좋다' 라는 말이 있다.



    "와인 같은 차..."

    참 잘 어울리는 말이다.
    출처 : 카렌 (car & friends)
    글쓴이 : 명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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