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에서 골드스타님이 퍼온글을 안보신분을위해 퍼왔습니다******
포르쉐보다 빠른 벤츠’ S600 시승기
지난 금요일 회사 근처에서 벤츠 S600을 약 30분 정도 몰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뜻밖의 기회였기 때문에, 저녁약속까지 잠시 미루고 광화문과 남산순환로를 돌아보았는데요. 시간이 충분치 않은게 안타까웠지만, 아쉬운대로 S600의 느낌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 몰아본 차들 중 최고의 흥분을 전해준 '괴물'이었지요. 궁극의 럭셔리 세단이 주는 드라이빙 쾌감은 온몸이 떨릴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습니다.
S600이 모든 포르쉐보다 빠르다는 얘기는 분명 아닙니다만, 메르세데스 벤츠의 대형세단인 S클래스의 최상급 모델에 해당하는 S600의 경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까지 가속하는데 겨우 4.8초밖에 걸리지 않습니다.(이후 모든 차들의 제로백 수치는 독일 자동차잡지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르트’의 2003년판 연감을 참조했습니다) 이는 포르쉐911 카레라의 5초나, 박스터의 6.4초, 박스터S의 5.7초보다 수치상으로 분명히 더 빠른 것이죠. 물론 포르쉐 중엔 911 터보(4.2초)나 911 GT2(4.1초)처럼 911카레라보다 빠른 모델이 있지만, 어쨌든 S600의 가속력이 포르쉐급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전에도 한번 쓴적이 있었지만, 뒷자리에 느긋하게 앉아 성공의 여유를 즐기는 이들이나 타는 대형세단이, 왜 도로 위를 로켓처럼 튀어나가지 않으면 안되는건지 이해는 잘 안됩니다. 물론 벤츠와 BMW 그리고 세계 유명자동차회사들의 마력 높이기 경쟁과 관련된 문제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2톤이 넘는 거대한 몸집의 럭셔리 세단이 지닌 로켓 같은 가속력을 어떻게 봐야 할지 약간 혼란스러웠습니다.
일단 S600의 겉모습은 보통의 S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뒤쪽 엠블렘을 보지 않은 다음에야 보통의 S350이나 S430 정도로 착각하기 딱 알맞습니다. 스포츠성을 강조한 외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매우 우아하고 단정한 모습이지요. 하지만 일단 운전석에 올라타면 확실히 느낌이 다릅니다. 천정을 덮은 소재까지 전부 가죽으로 돼 있어서, 사치스러움이 도를 넘어섰다는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초반에 바퀴를 움직이기 시작할때까지는 그다지 민감하지 않은 페달 반응과 묵직한 차체 느낌이 예의 S 클래스 분위기 그대로입니다.
직선 주로에서 풀액셀을 해 보았습니다. 아직 길들이기도 하지 않은 새차여서 조심스럽긴 했지만, 액셀을 꾸욱 밟아주니, 양 어깨가 시트 뒤로 밀리면서 날아가듯한 가속감이 느껴집니다. 일전에 5리터 엔진을 얹은 E500의 가속감에 대해 놀랍다고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요. E클래스보다 덩치가 큰 S600의 가속감은 E500에서 느꼈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E500으로 급가속할 때는 킥다운에 들어가면서 맹렬한 엔진음 소리와 함께 부지런히 가속한다는 느낌이라면, S600은 '붕~' 하는 소리와 함께 한순간에 시속 100Km에 다다른다는 기분입니다. 5513cc 500마력짜리12기통 엔진이 엄청난 토크로 밀어붙이는 느낌. 허공으로 솟구치는 듯한 가속때의 펀치력은 이제껏 어떤 대형 세단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드라이빙 체험이었습니다. 엄청난 동력성능과 차체 밸런스가 적절히 어울려, 대형세단인데도 마치 중형 스포츠세단을 모는듯 물 흐르는듯한 주행감각이 일품입니다. 동력성능이 상상을 넘어서는 만큼 브레이킹 실력도 대단해서 시속 100Km 이상에서도 마치 지면에 꽂히는 듯 완벽에 가까운 제동성능을 보여줍니다. 가속과 제동이 한순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스티어링 휠을 쥔 손에 식은 땀이 밸 정도였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는 아마 ‘벤츠의 최고급차인데 뭘 못해. 비싼 외제차 한번 타보고 꽤 흥분했구만’ 하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S600에는 자동차 엔지니어나 자동차 애호가들이 흥분할만한 요소들이 가득합니다. 소형차 무게의 2배나 되는 거구를 불과 4.8초만에 시속 100Km까지 비할데없이 부드러운 느낌으로 올려놓는다는 것. 이는 엔진뿐 아니라, 섀시 변속기 서스펜션 타이어 등 차의 구동력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와 차의 전체적인 밸런스에 관한 고도의 기술력이 축적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지요.
S600같은 ‘괴물’이 나오게 된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BMW 760Li와의 미묘한 신경전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760Li는 12기통, 배기량 5972cc, 445마력짜리 엔진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5.6초 정도 걸리는데요. S600을 몰아보면, 마치 BMW나 다른 고급 대형세단을 만드는 회사들을 향해 “따라올테면 따라와 봐”라고 외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물신주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세상이니, 그 사람이 어떤 차를 타느냐가 일정부분 그 사람의 능력을 상징한다는 것에 대해 전혀 부정할 수는 없겠지요. 자동차의 엔진 파워는 곧 힘이고, 그 힘은 곧 그 차를 타는 사람의 능력을 과시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S600-L의 국내 판매가격은 2억3100만원입니다.
‘도대체 사람 타고 다니는 차가 그렇게 비쌀게 뭐냐’고 한다면 대답할 말은 없습니다만, S600의 충격은 무척 컸습니다. 잠깐 동안의 시승이었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자동차의 한계가 어디까지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얌전한 대형세단 안에 숨겨진 궁극의 파워트레인을 접해본 뒤로, 이 ‘어이없는’ 괴물을 만들어낸 독일 엔지니어들의 억척스러운 장인정신에 그만 고개가 숙여지고 말았습니다.
출처 : 카렌 (car & 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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