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사이에, 페라리의 대수가 30여대가 넘어가고 있어서 인지 몰라도 압구리에서 페라리를 보는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4년전에 능력부족으로 약 6개월정도밖에 소유하지 못했던 F355는 그 당시까지만해도 절대고수(?)의 레벨에 끼기에 충분한 신병이기였다.
베를리네타 버전의 F355를 처음 봤을 때, 보기보다 컴팩트한 낮은 차체에서 터프한 배기음을 뱉어내며 빈틈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 완벽한 디지인은 그동안 타고다녔던 스포츠카들(포르쉐, M3 기타등등)과는 전혀 다른 이것이 진정한 '스포츠카의 지존'이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했다.
그로부터 얼마지나지 않아, 맘에 드는 미인은 꺼꾸러 뜨리지 않으면 아무일도 하지못하는 병이 도져, 결국 무리를 해서 F355 스파이더 버전을 충동구매를 했다(스포츠카는 미드쉽에 무조건 뚜껑이 열려야 그 재미가 배가된다).
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엄청난 시련을 겪으면서 한국에서 페라리를 소유하고 주행한다는게 얼마나 무모(?)한 일이었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되기도 했다.
처음 딜러로 부터 시승할 때, 차문을 어떻게 여는지 몰라 당황했던 기억이 나는데, F355 버전은 사이드 도어 아랫부분의 공기흡입구 부분에 손잡이가 숨겨져(?) 있다. 착석 후 센터패널 쪽에 도열해 있는 버튼류가 오픈에 필요한 것들이었는데, 이 F355 스파이더는 양측 클립을 벗긴후 좌석들을 앞쪽으로 이동시킨후에야 소프트탑을 오픈하여야 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좌석을 앞쪽으로 밀지 않으면 소프트탑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특히, 오픈후의 주행풍은 정말이지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막아준다.
양측 도어의 길이가 좌석을 완전히 뒤로 밀고 앉았을 때에도 운전자의 뒤통수까지 도달해있기 때문에 사이드에 빈틈이 없다. 그리고, 소프트탑이 접히면서 생기는 비닐(?)형 윈드디플렉터는 시야와 뒷 와류현상을 거의 완벽하게 잡아준다. 시속 200km로 주행을 해도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앞머리가 살랑 살랑 흔들리고 뒷머리와 옆머리가 미풍에 시원할 정도이지 결코, 헤어스타일을 흩트러놓진 않는다. 그야말로 완벽한 수준의 바람잡이 능력을 갖고 있다.
F355의 해드라이트는 디플렉터형으로써 평소에는 숨겨져(?)있는데, 만약 위급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상향을 시켜야할 필요가 있을땐 일반차량과 동일한 작동을 하면 차량 상단 아래에 달려있는 둥그런 안개등이 그 역활을 하는것이 특이하다.(디플렉터가 튀어나오진 않는다)
도산대로에서 페라리를 처음 시승할 때, 나는 페라리에 대해 무지했다.
그저 악셀을 밟으면 그대로 튀어나가고 꺽으면 꺽는대로 코너가 되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그대로 서버린다는 브램보 디스크 브래이크가 있다는것이 내가 알고 있던 페라리에 대한 상었었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페라리는 럭셔리했다. 그건 V12 F50을 타보면 더욱 더 그렇다.
의외로 약 3600cc의 배기량을 가진 V8 리틀 페라리 엔진은 부드럽고(?) 연약해(?)보이기 까지 한 스타트를 보여줬다. 약 3500 rpm 까진 말이다.
악셀을 풀로 밟았는데도 불구하고 의도했던 폭발적이면서도 강력한 토크가 느껴지는 출발이 없어서 약간 실망을 했다. 하지만, 엔진회전이 모터싸이클같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특유의 페라리 사운드가 나오는 2단과 3단을 넣었을 때, 감동의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좀 더 감성적인 이 느낌을 표현해 보자면....
왜냐하면 페라리의 진정한 재미는 이것에 있기 때문이다.
M5나 포르쉐 터보와 같은 막강 토크를 가진 차들은 급가속시에 목이 뒤로 꺽이면서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중력을 이겨내고 달리는 가속감을 느끼는데 그 때의 느낌은 남자가 사정을 할 때 한꺼번에 느껴지는 희열감과 비슷하다(이것은 기어비와 토크의 분배에 따른 특성때문이다). 남성들은 다들 느끼는것이지만, 그때의 희열은 순간적이고 비교적 찰나에 지나지 않는 반면에, 페라리는 여성스런 오르가즘을 준다.
페라리로 1단 8000rpm에서 변속, 2단으로 올리는 것은 일반 소프츠카들이 보통 3단이상의 단수로 잦은 기어변속을 해줘여하는 타이밍이다.
E36 구형 M3와 같이 주행시에 페라리는 1단으로 계속 가속하는데 M3는 뒷쳐진채 울컥거리며 2단 변속을 하는 모습을 본다.
이것은 스포츠카가 가속이란 행위를 할때 운전자가 느끼는 쾌감의 질적 차이를 느끼게 해주는 주된 이유가 되며, N/A 고RPM을 선호하는 이들이 페라리를 환호하는 원인이 된다.
좀 더 현실적인 비교를 하자면, S2000 9000RPM 엘란 6000RPM 이 동일선상에서 스타트를 하면 엘란이 2단 변속을 하기위해 울컥거릴 때 S2000은 그대로 1단으로 가속을 유지해 달려나간다. 비슷한 배기량을 가진 차량이 엘란과 S2000이지만 1단 스타트부터 엘란은 S2000의 뒷꽁무니를 보게되고 기어단수를 높일수록 S2000은 그대로 점이 되어 사라진다.
페라리는 이런 가속형 기어비를 갖고 있는데다, 환상적인 F1 사운드까지 뒷고막으로 때려주니 운전자뿐만 아니라 주위의 차량을 타고 있는 운전자들의 정신을 빼놓을 수 밖에 없다.
S2000과 페라리는 비슷한 컨셉을 가지고 있어서 본인은 자주 지인들에게 이 두차량을 가지고 비유를 들어주곤 한다.
유사한 점은 고 RPM을 사용하며, 스포츠 주행 성능이 타 차량에 비해 뛰어나다는 점이고 가속형 기어비를 갖고 있어서 최고속까지 멈칫거림없이 도달이 가능하다는 특성이 있다.
다른점은 페라리의 경우 미드쉽 디자인의 단점인 풋레스트가 불편하다는 점이다. 앞바퀴부위가 운전석 다리안쪽으로 들어와있는 형태라서 착석시 오른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앉아야하고 페탈류들이 촘촘히 붙어있어서
센달류를 신고 페라리를 주행할때 상당히 불편하다.
페라리에 대해서는 워낙 메인터넌스에 대한 고통을 겪었기에 오히려 유지보수에 대한 이야기거리가 더욱 많은 차종이다.
페라리에 대한 선입견이 이태리차라서 원래 차가 잔고장이 많고 약한 편이다라는 잘못된 인식이 있는데, 이는 그렇지 않다.
내가 본 페라리는 그 어떤차보다도 내구성이 뛰어나고 마감도 비교적 잘되어있는 럭셔리 스포츠카였다. 그 주행 성능이 스파르타적이고 하드한 주행을 위주로하게끔 되어있어서 그 오너들이 시쳇말로 쌔려밟고 타기 때문에 특히나, 거지같은 우리나라 도로조건에선 탈이 안날래야 안날수가 없는것이 문제인 것이다.
무슨놈의 맨홀이 그렇게도 높고 많은지......또 파인 도로는 왜 보수를 안해놓는건지..... 이런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든다.
페라리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줄입니다.
출처 : 카렌 (car & 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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