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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시승기] BMW 540 시승기 (펌)
    자동차 2005. 3. 16. 17:49
    제가 한참 전에 보배드림 시승기란에서 보았던 글인데,
    글이 저와같은 초보의 입장(? 죄송합니다. 이제는 고수의 반열에 서 계실듯)에서
    쓰신 글 같아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고, 이글로 인해서 저도 540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기술적인 내용 보다는 감성적인 느낌을 공감할 수 있어 자품회원님들과 함께했음하는
    마음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540에 대한 시승기 요청사항이 있어, 감히 작성을 해 볼까 하다가
    저도 있었는 줄도 몰랐는데, 책장을 정리하다 보니 예전에 보았던 글을
    Print해 놓은 것이 발견되더군요. (덕분에 한참을 쳐넣었습니다. ㅎㅎ)

    본문만 출력해 놓았기에 저자분께 양해를 구할 수는 없지만 이 자리를 빌어
    양해의 말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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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승기에 정작 시승기는 많지 않은 것 같군요. 그래서 시승기 비슷한 것을 하나 써봅니다.
    원래 시승이란 시험 삼아 타보는 것인데, 저는 차를 사서 몰고 다녀 본 감상을 쓰는 것이니까
    정확히 말하면 운행기에 가깝겠네요.

    참고로 저는 차에 대해서는 조금 욕심이 있어서 항상 또래의 동료들 보다는 약간 좋은 차를 몰고 다녔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엑셀로 시작해서 소나타를 거쳐 그랜저(2.0)를 몰다가 최근까지는 체어맨 (500S)을 타고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진짜 진짜 큰맘 먹고 “이제 더 늙으면 못 타지” 하는 심정으로 늘 갖고 싶던 BMW를 사기로 했습니다. 오너라서 7시리즈는 그렇고 5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매장에 갔는데, 528로 할까 540으로 할까 망설이다가 주변에서 “540이 정말 죽여주는 차”라는 얘기를 몇 번 들었던 터라 540으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저는 차에 대해서 정말 잘 모르는 편입니다. (창피하지만 튜닝이 뭔지도 이 사이트에 들어와 보고 알았을 정도입니다.)

    어쨌거나 정든 체어맨을 떠나 보내고 설레는 마음으로 540을 인수하여 우선 외관을 보았습니다. 휠이 다른 차보다 크고 타이어도 폭이 넓다는 것 외엔 다른 5시리즈와 차이가 나는 건 없더군요.

    운전석에 앉아 내부를 살펴보니 일단 핸들이 좀 작고 그립이 두꺼운 스포츠 핸들이고 기타 오디오 등 편의 장치는 전에 타던 체어맨과 대동소이 했습니다 (하지만 체어맨 보다 오히려 조작이 좀 복잡하고, 모니터는 터치 스크린이 아니라서 처음엔 한참 헤맸습니다.)

    오히려 조작이 좀 복잡하고, 모니터는 터치스크린이 아니라서 처음엔 한참 헤멨습니다. 체어맨 보다 낫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운전석과 조수석의 온도를 달리 할 수 있다는 점. 시트의 조절이 훨씬 다양하다는 점, 모니터에 나타나는 정보가 다양하다는 점 (예컨대 연비나 평균속도 등), 윈도우 네 개가 모두 완전 자동 개폐라는 점 (한번 누르면 알아서 오르내리는 작동), 와이퍼가 빗물 량을 감지하여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는 점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한마디로 외관이나 내장은 체어맨과 비교하여 뭐 그다지 인상적이거나 화려하다거나 한 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차 내부공간이 체어맨 보다 작으니 첫인상은 차를 upgrade한 게 아니라 downgrade 했다는 느낌까지 들더군요

    하지만 제가 뭐 외관이나 내장보고 540을 샀겠습니까? 시동을 걸고 슬슬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재수없게도 첫 운행을 한 길은 비 오는 토요일 오후 강남 한복판. 엄청나게 밀리면서 집까지 가면서는 ‘내가 과연 잘 선택한 것일까’ 하는 느낌 외에 별 감상이 있을 수 없더군요.

    겨우겨우 집에 와서도 내내 찝찝한 기분으로 있다가 도저히 이 기분으로 잠들 수 없을 것 같아 밤 12시쯤에 차를 몰고 다시 도로로 나왔습니다.

    여전히 상당한 양의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도로는 한산했습니다. 적당히 한적한 길에서 가속 페달을 한번 꾸욱 밟아 보았습니다. 순간 저도 모르게 “어..어..”하는 소리가 입에서 새어 나오면서 차가 피잉하고 튀어 나가면서 고개가 뒤로 젖혀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차는 마치 이런 순간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거리를 질주하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내려 물이 흥건한 길을 달리는 데도 전혀 불안한 느낌이 없고 달려오던 속력으로 코너링을 하거나, 가끔 브레이크로 감속을 할 때도 마른 땅에서처럼 완벽하게 제어가 되는 데 일단 놀랐습니다.

    “그러면 그렇지”하는 심정으로 다시 이번에는 상당한 오르막길을 저속으로 오르다가 가속 페달을 밟아 보았습니다. 조금의 망설임이나 머뭇거림이나 허덕거림도 없이 그냥 치고 올라가면서 순식간에 백 킬로를 넘었다는 “땡”하는 경보음이 울리는 순간의 쾌감이랄까 희열은 처음에 차를 집으로 몰고 오면서 막히는 길에서 느꼈던 착잡한 기분을 한방에 날려 버리고도 남음이 있더군요.

    늘 차를 타면서 ‘이럴 때 이런 식으로 달려주는 차가 있으면 좋을 텐데’하고 생각하던 바로 그 차가 이 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다음날, 그러니까 일요일에는 경인고속도로로 나가서 백오십 정도로 달려 보았습니다.
    체어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엔진소음이 작다는 것이 우선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슨 장치를 했는지는 몰라도 속도가 빨라질수록 차량의 무게중심이 밑으로 내려가고 타이어가 네 바퀴 모두 노면에 최대로 밀착되어 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곡선 주로에서도 차량의 어느 한쪽이 들리거나 어느 바퀴의 접지력이 약해지는 느낌이 없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더군요. 마치 도로가 철판이고 바퀴가 자석인 것 같아서 이대로라면 아예 도로를 뒤집어 놓아도 차가 도로에 붙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또 하나 고속으로 운전하면서 느낀 것은 다른 차를 몰면서 느끼던 공포감이나 불안감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해 보니 핸들이나 브레이크 조작 시 아주 민감하고 정확하게 반응이 나타나니까 어떤 돌발상황이 닥치더라도 세울 때 세우고 꺽을 때 꺾을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생겨나는 것이 그 이유인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차를 몰았을 때는 핸들이나 브레이크 조작 시에 내가 조작한 양(input)과 실제 차가 동작한 양(output) 사이에 차이가 있었고, 그러한 차이의 원인은 제동시의 밀림 현상, 코너링 시의 출렁거림 등일 텐데 540은 결국 여러 첨단 자동차 공학의 도움으로 위 차이를 극소화 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다가 4400cc 8기통 엔진이 가속성능까지 받쳐주고 나니 그야말로 ‘생각한 대로 또는 조작한대로 움직이는 자동차’에 가깝게 된 것이겠지요.

    시험 삼아 이래저래 가속과 감속을 해보았는데, 예컨대 30킬로로 가다가 120킬로로 가속을 하겠다고 생각하고 명령을 내리면 40,50,60.. 하는 식의 점차적인 중간과정을 생략한 채 그냥 바로 30에서 120으로 점프해 가듯이 치고 나갔습니다.

    이런 느낌은 기어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훨씬 더 강했습니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일반모드보다 더 높은 RPM에서 변속이 됩니다.) 스포츠카를 몰아 본 경험이 있는 친구가 아예 스텝트로닉 기능을 사용하여 최대토크 (3800에서 3900 RPM 정도인 것 같습니다.)를 계속 유지하는 방법으로 수동변속을 하면 진짜 스포츠카를 모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얘기 했지만 여태까지 수동기어를 다뤄 본 경험이 없어서 아직 이 조작은 제대로 못해 봤습니다.

    그러나 540의 문제는 역시 배기량이 배기량인 만큼 충격적인 연비더군요.
    대충 차량에 장착된 컴퓨터로 측정을 해보니까 고속도로나 야간주행 등 제대로 달릴 만한 곳에서는 1리터로 8킬로 정도까지 가던데, 러시아워의 시내주행 시에는 4킬로도 채 안 되는 것 같았습니다. 연료통이 70리터니까 시내주행만 하면 탱크를 가득 채우고 채 300킬로도 못 간다는 얘기지요.

    시원스레 달릴 댄 기분이 좋다가도 막히는 길에서 연비표시기를 보고 있노라면 왠지 맘이 안 좋더군요. 그럴 때는 이 게시판의 어는 분인가 아메리칸 머슬카 사랑을 얘기하시던 중간에 쓰셨던 일본의 페라리족 얘기를 떠올립니다. (사실 전 그 얘기 읽을 때 눈물까지 찔끔 흘렸답니다)

    자동차를 탈 것으로만 생각하면 사실 이게 무슨 미친 짓이고 외화낭비냐고 비난하실 분이 계시겠지만, 차를 사랑하시는 분들한테는 자동차란 옛날 우리 조상님들이 교통수단으로 이용하셨던 말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 조상님들이 말을 단순히 탈 것으로만 생각하시지 않고 늘 쓰다듬고 정을 나누며 애마로 보살피셨던 것처럼 삭막한 현대사회에서 카매니아들에게 자동차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애마로 애정의 대상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긴 그렇게 따지면 저는 지금 286마리의 말을 몰고 다니는 것이고 (540이 286마력 입니다.), 그러자니 여물 값이 엄청 드는 것이겠지요.

    좀더 타보고 또 새롭게 느끼는 것이 있으면 글 올리겠습니다. 이 게시판을 보시는 분들과 늘 동승하는 기분으로 타겠습니다. 서툰 글 솜씨 죄송합니다.
    출처 : 카렌 (car & friends)
    글쓴이 : 있는그대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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